역사와 신화/신화 속 영웅과 상징적 인물들의 몰락

15편 : 정의인가 불복종인가, 안티고네의 비극과 선택

nari572 2025. 5. 13. 09:00
반응형

1. 오이디푸스의 딸, 안티고네의 출발점

안티고네는 고대 그리스 테바 왕국의 비극적 영웅 오이디푸스와 그의 어머니이자 아내였던 이오카스테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다. 그녀의 일생은 출생부터 이미 비극의 운명을 타고났다고 할 수 있다. 안티고네는 오이디푸스가 눈을 찌르고 유랑할 때까지 곁을 지키며 효심과 충절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녀의 운명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오이디푸스 사후, 그녀는 두 오빠 폴리네이케스와 에테오클레스의 내전에 휘말리게 되고, 이 갈등이 바로 그녀 인생의 중심에 놓인다.

눈 먼 아버지 오이디푸스를 효심 가득 챙기는 '안티고네'

 

 

2. 신의 법과 인간의 법 사이

테바 전쟁 이후, 크레온 왕은 폴리네이케스를 반역자로 규정하고 장례를 금한다. 하지만 안티고네는 신의 법, 곧 가족과 죽은 자를 위한 의무를 우선시하며 몰래 오빠의 장례를 치른다. 그녀는 자신의 행동이 불법임을 알면서도 “나는 인간의 법보다 신의 법을 따르겠다”고 당당히 선언한다. 이 장면은 고대 비극 속에서도 강한 인상과 충격을 주는 명장면이며, 인간의 도덕성과 법, 정의 사이의 갈등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몰래 오빠의 장례를 치루는 '안티고네'

 

 

3. 고집, 비극 그리고 죽음

크레온은 안티고네의 행동을 반역으로 규정하고, 그녀를 무덤에 생매장하는 형벌을 내린다. 이는 백성들과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된다. 안티고네는 결국 갇힌 채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그녀의 약혼자 하이몬과 크레온의 아내도 뒤따라 자살한다. 안티고네의 죽음은 단지 한 여인의 비극이 아니라, 권력과 아집, 불통이 낳은 파국이며, ‘정의’에 대한 인간의 태도를 근본적으로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무덤에 갇힌 '안티고네'

 

 

4. 현대까지 이어진 상징

안티고네는 시대를 초월하여 많은 예술가와 철학자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알베르 카뮈는 그녀를 현대적 반항의 상징으로, 브레히트는 파시즘에 맞서는 저항의 아이콘으로 재해석했다. 그녀는 단지 고대의 비극 여주인공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한 가치를 말해주는 인물이다. 안티고네는 우리에게 묻는다. “법이 옳지 않다면, 우리는 무엇을 따르겠는가?” 정의와 불복종 사이에서 우리는 안티고네의 외침을 들을 수 있다.

정의로운 안티고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