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편 : 하늘을 날았던 영웅, 벨레로폰의 추락
1. 영웅의 시작, 억울한 망명
벨레로폰은 코린토스의 왕 글라우코스의 아들이자, 일부 전승에서는 포세이돈의 아들이라 전해진다. 그는 뛰어난 용기와 무용을 가진 젊은이였지만, 우연히 일어난 살인 사건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 리키아의 왕 프로이토스에게 망명하게 된다. 여기서 그는 왕비의 거짓된 유혹을 거절한 대가로, 위험한 임무를 떠맡게 된다. 프로이토스는 그를 죽이기 위해 리키아 왕 이오바테스에게 편지를 보낸다. 편지에는 ‘이 청년을 반드시 죽여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지만, 이오바테스는 직접 손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벨레로폰에게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를 명령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괴물 키마이라의 퇴치였다.

2. 페가수스를 얻고 키마이라를 쓰러뜨리다
벨레로폰은 키마이라를 상대하기 위해 신의 조언을 구하고, 아테나 여신의 도움으로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를 얻게 된다. 그는 아크로폴리스의 아테나 신전에 잠을 자며 꿈에서 받은 황금 굴레로 페가수스를 길들이는 데 성공한다. 이후 벨레로폰은 페가수스를 타고 하늘을 날아 불을 뿜는 괴물 키마이라를 공중에서 공격하며 쓰러뜨린다. 그 모습은 그리스 신화 속 가장 환상적이고 전설적인 전투 중 하나로 남는다. 이 승리는 단지 괴물을 무찌른 것에 그치지 않고, 벨레로폰을 신들의 사랑을 받는 영웅으로 만들어주었다.

3. 신의 뜻을 넘보는 자의 최후
키마이라를 처치한 후에도 벨레로폰은 적들을 물리치고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다. 그는 리키아에서 영웅으로 추앙받으며 왕의 사위가 되어 부와 명예를 모두 얻는다. 하지만 여기서 그의 비극이 시작된다. 벨레로폰은 자신이 신들처럼 완전한 존재가 되었다고 믿으며, 페가수스를 타고 올림포스 산에 올라 신들의 세계로 들어가려 한다. 이 무례한 행동은 제우스의 분노를 사게 되었고, 제우스는 벌로 페가수스를 괴롭히는 벌레를 보내 그를 떨어뜨린다. 하늘에서 떨어진 벨레로폰은 불구가 되어 외딴 땅에서 비참한 삶을 살게 된다.

4. 영광과 몰락, 인간의 한계
벨레로폰의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에서 인간의 교만함과 그에 따르는 대가를 상징한다. 그는 불가능해 보이던 임무를 수행하고, 신들조차 두려워하던 괴물을 무찌르며 영웅의 정점에 올랐다. 하지만 결국 그가 넘지 말아야 할 선, 신들의 세계에 도전한 순간부터 그의 몰락은 시작되었다. 이 이야기는 ‘인간은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을 보여주는 동시에, 가장 눈부셨던 자의 추락이 얼마나 처절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벨레로폰의 이름은 오늘날까지도 “성공 속에 숨겨진 자만의 위험”을 상징하는 상징적인 존재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