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소포타미아 신화와 세계의 창조
1. 혼돈에서 시작된 세계의 기원
메소포타미아의 창조 신화는 혼돈 속에서 질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서사적으로 풀어냅니다. 바빌로니아의 서사시 에누마 엘리쉬는 세계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 곧 ‘혼돈의 바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이 혼돈의 바다에는 소금물의 여신 티아마트와 민물의 신 압수가 존재했습니다. 이들은 처음으로 신들을 낳았고, 이로써 세계는 천천히 생명과 질서를 갖추게 됩니다. 그러나 세대가 이어지면서 신들 간의 갈등이 시작되고, 이 갈등은 세계를 창조하는 전환점이 됩니다.
2. 마르둑과 티아마트의 전쟁
젊은 신들의 소란스러움에 화가 난 압수는 그들을 없애려 하지만, 반대로 제거당하고 맙니다. 이에 분노한 티아마트는 복수를 결심하며 혼돈의 괴물들을 만들어 전쟁을 준비합니다. 이때 신들은 강력한 전사 마르둑을 지지하고, 그는 그녀와의 전투에 나섭니다. 마르둑은 티아마트를 죽이고, 그녀의 몸을 둘로 가릅니다. 상반신은 하늘, 하반신은 대지로 만들어져 우리가 사는 세계가 탄생하게 됩니다. 이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인들이 자연 세계를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3. 시간과 질서의 수립
마르둑은 세계를 구성한 뒤, 하늘에 별들을 배치하고 낮과 밤, 달의 주기를 설정합니다. 이로써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가 생겨나고, 세계는 보다 명확한 질서를 갖춘 공간으로 재편됩니다. 이어서 신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나누어 다스리고, 인간을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합니다. 이 모든 작업은 마르둑의 지도 아래 이루어졌으며, 그는 창조자이자 통치자로서 신들의 세계를 안정시켜 나갑니다.
4. 인간의 창조와 역할
세계가 완성된 이후, 마르둑은 신들의 노고를 덜기 위해 인간을 창조합니다. 그는 티아마트 편에 섰던 반역자 킹구의 피와 흙을 섞어 사람을 만들고, 신들을 대신해 제사를 지내고 노동을 맡게 합니다. 이렇게 인간은 신과 세계 질서 사이의 중재자로 탄생하게 됩니다. 메소포타미아 창조 신화는 단순한 이야기 그 이상으로, 인간의 존재 이유와 사회 질서를 설명하는 철학적 기반이 되었습니다. 신화를 통해 고대인들은 자신들의 삶과 세계를 이해하려 했고, 이 신화는 지금까지도 중요한 문화적 유산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