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편 : 죽음 너머를 본 자, 에르: 영혼의 윤회와 선택의 신화
1. 전쟁터에서 되살아난 병사, 에르
에르는 파플라곤인 병사로, 전쟁에서 전사한 후 열흘이 지나 시체들과 함께 발견되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썩지 않았고, 장례를 치르려는 순간 깨어났다. 깨어난 그는 죽음 이후의 세계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이야기들을 전하며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준다. 에르의 이야기는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플라톤이 철학적으로 말하고자 한 ‘영혼의 윤회’와 ‘도덕적 선택’의 교훈을 담고 있다.
2. 심판의 세계와 영혼의 여정
에르가 본 사후 세계는 놀라운 구조로 되어 있었다. 선한 삶을 산 영혼은 하늘로, 악한 삶을 산 영혼은 땅속으로 내려가 1,000년 동안 보상을 받거나 벌을 받는다. 이곳은 철저하게 도덕적 기준에 따라 작동하며, 인간의 행위는 죽음 이후에도 엄정하게 심판받는다. 플라톤은 이를 통해 인간의 삶이 순간적인 것이 아니라, 윤회의 고리를 통해 반복되며, 각 생의 선택이 다음 생에 영향을 준다는 교훈을 전한다.
3. 운명의 방과 선택의 자유
에르는 이후 ‘운명의 여신 라케시스’ 앞에서 영혼들이 다음 삶을 선택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각 영혼은 제비뽑기를 통해 선택 순서를 정한 뒤, 수많은 인생 시나리오 중 하나를 선택한다. 어떤 영혼은 부자이지만 탐욕스러운 삶을, 어떤 이는 가난하지만 정의로운 삶을 택한다. 이 장면은 인간이 자신의 운명을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으며, 그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특히 오디세우스가 신중하게 평범하지만 고요한 삶을 택하는 모습은 깊은 인상을 준다.
4. 에르의 귀환과 철학적 메시지
에르는 이 모든 과정을 목격하고 나서 깨어나, 인간 세상으로 돌아온다. 그의 이야기는 단순한 죽음 체험담이 아니라, 플라톤이 말하고자 했던 철학적 주제를 극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장치였다. 죽음 이후에도 삶은 계속되며, 그 삶은 우리가 현재 내리는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 에르의 신화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삶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묻는 ‘철학적 거울’로, 오늘날까지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